2023. 6. 21. 10:09ㆍ코딩에세이
혹시 80년대에 삼성에서 나온 알라딘 컴퓨터 기억하시나요?
아마도 40대 중,후반 분들은 기억하실지도 모르겠어요.ㅎ
가정용 컴퓨터의 붐을 일으켰죠. 약64만원 정도의 가격이었는데,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저도 초등학교 5학년때, 부모님께서 없는 살림에 알라딘을 사주셨어요.
너도 나도 샀다고 하니, 덩달아 샀던거 같습니다.
그냥 분위기를 탄거 같아요.
컴퓨터를 사고 제일 먼저 무얼했을까요?
네, 맞아요.
게임을 했어요.
12장짜리 플로피 디스켓에 담겼던 '원숭이섬의비밀' ㅋㅋㅋ
전화선 연결해서 채팅도 하고, 집이 하루종일 통화중인때도 있었죠.
전화비가 너무 많이 나와 파리채로 두들겨 맞았던 기억이 선명해요.
덩달아 동네에 '콤퓨타학원'도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지금으로 말하면 코딩교육학원이었는데,
이때는 GW-BASIC이라는 언어와 코볼이라는 언어를 많이 가르쳤어요.
지금은 파이썬이지만요.
네, 저도 다녔어요.
배우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집에 컴퓨터가 있기때문에
어떻게든 써야했고
뭔가 하는 궁금증에서였죠.
이때의 경험으로 도스(DOS)라는 환경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약간의 호기심이 생겼구, 컴퓨터에 관한 '마이컴'이라는 잡지도 초딩주제에 사서 보게되었죠.
그렇다고 이때 배운 코딩언어로 뭘 했다는건 아니에요-.-;;
대학교들어가기 전까지 컴퓨터는 쭈욱 게임기였어요-.-;;
2025년도부터 코딩을 초,중등과정에 필수과목으로 지정한다고 하죠.
수업시간수만 약간 적을 뿐, 국,영,수와 같이 필수과목으로 지정한다는 말이에요.
(히야~ 도대체 코딩을 어떻게 학교에서 가르치게 될지 스펙타클하게 궁금해요)
게다가 IT업계인력의 몸값이 수직상승하고 있는 요즘이죠.
뭔가 모르겠는데
자꾸만 코딩, 코딩~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어요.
제가 경험했던 그 80년대의 뭣도 모르고 샀던 '알라딘 콤퓨타'처럼요.
그 시절 생겨났던 콤퓨타학원처럼 근래에 코딩학원이 점점 눈에 띄고 있죠.
양평군에서도 생겨나고 있으니까요.
왜 배우는지도 모르고 그저 컴퓨터가 집에 있으니까,
선생님이 쳐주는 코드 따라해보고 그랬던 그시절처럼
분위기를 타고 급하게 만들어진 요즘의 코딩학원들도
그런 너낌으로 큰 고민없이 생겨나고 있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에요.
이곳에서 배우는 사람들 또한
왜 배우는지도 모르고 학교필수과목으로 된다고 하니,
IT개발자들이 연봉 많이 받는다고 하니,
옆 집에 아이들이 다닌다고 하니,
마치 등떠밀리듯 배우는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어요.
코딩에 재미를 느끼고 관심을 갖는다는 건 매우 힘들다고 생각해요.
코딩은 단순히 코드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꽤 넓은 범위의 학습과 이해를 요구하거든요.
코딩자체는 일종의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고
핵심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요.
따라서, 긴 줄로 설명이 되어진 문제상황들을 이해하는 능력이 정말 중요합니다.
국어에서는 이것을 문해력이라고 하죠.
스마트폰에 너무나 익숙해지고, 짧디짧은 컨텐츠에 완전 적응된
요즘 아이들의 문해력은 과연 어떨까요.
이런 분야에 초등학생, 중학생이 흥미를 느끼고
몰두하기를 바라는 건 큰 욕심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앞으로의 시대가 요구하는 분야인것을...
그러니 한번 배워 보기는 하는거죠.
초등학생들이 영어로 된 텍스트 코딩을 할 수 있을까요?
어려우니 놀이코딩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로봇장난감과 컴퓨터를 연결하여,
왼쪽으로 가라고 명령하고,
오른쪽으로 가라고 명령합니다.
레고블록처럼 명령어를 조립하여 로봇을 움직이게 해요.
물론 이것도 코딩이에요. 블록코딩이라고 해요.
재밌는 블록코딩은 어려운 텍스트코딩으로 가기 위한 디딤돌이에요.
하지만 대부분 놀이코딩으로 시작해서 놀이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인것은 부정할 수 없어요.
"엄마! 나 이제 실제로 사람들에게 공개할 수 있는 진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
이렇게 외쳐대는 아이는 별로 없다는 거에요.
학원들은 화려한 교구들을 준비하고
이로인해 학원비가 올라도
학부모들은 '아~뭔가 코딩을 하나보구나' 라고 위안해 보지만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죠.
모질게 말하면 그냥 놀이방에 보낸것 같은 너낌적인 너낌?
그럼 뭐 어쩌라고???
제 생각은 이래요.
코딩은 할 의지가 있는 친구들만 하더라구요.
(너무 당연한 얘기를)
뭔가 질긴 성격을 가진 친구들?
한번 물면 안 놓는 친구들?
한번 엄마한테 떼쓰기 시작하면 얻어낼 때까지 끈질기게 떼쓰는 친구들??엥??
코딩은 해결을 위해 10-20분 생각한다고 해결되는게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띄엄띄엄 생각해서 안되요.
초초초~집중을 해서 문제발생부터~문제해결까지의 다리를 쉼없이 건설해야 하거든요.
중간에 쉬어버리면 다리는 무너지고
처음부터 다시 건설해야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하기에
초초초~짧아진 스마트폰 컨텐츠에 익숙해진 초등학생들에게
30분동안 뚫어지게 문제를 쳐다보고
머릿속으로 코드를 그려내는 일은
가히 상상도 할 수 없죠.
하지만 이런 친구들이 분명 있어요.
제가 3년동안 텍스트코딩을 가르쳐보니 있더라구요!
5학년인데도 20줄 정도되는 문제를 꼼꼼히 읽어본 후
문제를 이해하고
20분동안 모니터만 뚫어지게 쳐다보다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해요.
작성한 코드를 보면 깜짝 놀랄때가 많아요.
실행시켰는데 오류가 나오면 저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 노력합니다.
기가 막혀요.
네이버에서 '한국정보올림피아드 코딩 초등문제' 검색해보면
어떤 수준인지 아실 수 있어요.
코드를 작성하기 위한 문법을 배울때에는
게임만큼 좋은게 없어요.
게임제작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코드문법만
쏙쏙 뽑아서 배우는 거에요.
그리고, 가르치는 사람은
아이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제시합니다.
물론, 배운 코드문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요.
소위 말하는 알고리즘능력을 키우는거에요.
알고리즘능력을 키운다는 건 문해력을 키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수능시험의 언어영역에도 도움이 될거에요.
학교필수과목 되었다고
옆 집 아이가 한다고
뉴스에서 코딩이 대세라고
아무리 떠들어대도
조바심내지 마시고
우리 아이가 코딩을 할 수 있는 아이인지
대화도 나눠보고
잘 생각해본 후
코딩을 시작해도 되요.
작금의 코딩학원은 양날의 검같다는 생각이에요.
80년대의 알라딘 컴퓨터로 일었던 컴퓨터학원 붐세대가
2000년대의 닷컴세대의 주역이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닷컴버블이 터지면서
개피를 보기는 했지만
이때의 닷컴유행으로
지금의 IT강국이 세워졌다고 저는 믿어요.
그 시절의 이상한 외계어 같았던
GW_BASIC을 가르치던 콤퓨타학원도 일조를 했다는거죠.
지금의 판단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거에요.
만약에 코딩학원에 보냈더라도
한달 정도만 지켜보면
아이가 계속해도 될지 판단이 되실거에요.
아, 여기서 코딩은 블록코딩이 아니라,
텍스트코딩을 말하는거에요.
한달이 지났는데, 재미있다는 말이 안 나오면
그만 다니는겁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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